편했다. 모든 것이 편했다.
한 번 합격했던 시험. 결과적으로는 최종 합격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실력 때문이 아니라 건강 상의 문제로 축배를 들지 못했을 뿐이라 스스로를 달래며 지내온 지난 3개월 여... 극악의 난이도(?)를 선보였던 지난 시험의 악몽이 떠오를 듯 싶지만, 그런 시험을 통과했다는 자신감과 학습효과로 인해 이번 사관후보생 지원에는 별 부담없이 각 과정을 진행한 듯 싶다.
시험장에 가는 날도 그랬다. 차분히 준비한다는 핑계 아래 게으름을 부린 덕에 시험 시작 5분 전에 시험장 정문에 입장하게 된 본인.
해군 관계자: 해군 사관후보생 지원자이십니까?
본인: (덤덤하게) 그런데요.
해군 관계자: (당황하며) 왜 이렇게 여유로와요? 시험 곧 시작하는데...
본인: (대수롭지 않은 듯) 아, 예...
곧 시험은 시작하지만 나름 해군의 '5분전 문화'를 지켰다고 자부(?)하며 시험장 자리에 앉은 뒤, 빠른 적응을 위해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본 시험. 지난 번에 비해 오히려 시간은 남아 돌았고, 검토까지 모자라 출제 상의 오류가 있는 문제까지 분석해내는 여유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10여 일 뒤, '031'로 시작하는 낯설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해병대 홍보장교입니다."
What the...?
'사관후보생'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8/12/09 S#1
- 2008/08/19 잃어버린 3개월, 잃어버린 6개월, 잃어버린 1년 (2)
What the...?
지난 5월 치루어진, 제105기 해군 사관후보생 선발시험에 1차 합격하여 오는 9월 해군사관학교 장교교육대대 입영이 확실시되었던 김효준 씨가 오늘 오전 발표된 최종합격자 명단에 탈락하여 전국민이 충격과 비탄에 빠졌다. 한편 김 씨의 탈락사유가 필기고사 성적이나 면접이 아닌 신체검사 결과로 인해 당락이 좌우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있다.
잃어버린 3개월
김 씨는 지난 2004년 신체검사에서 158/90mmHg의 혈압수치를 통해 징병검사 신체등위 3급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수축기 혈압수치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는 4급 처분을 받는데 불과 2mmHg가 부족하였기에, 김 씨는 24시간 ABP(Ambulatory Blood Pressure) 검사 기록과 병사용 진단서를 첨부하여 재검을 요구했으나, 서울지방병무청 군의관은 "24시간 평균값이 160mm
Hg를 넘지 않는다"며 진단 자체를 거부. 이에 김 씨는 "더러워서 가고만다"며 장교 입대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주독야경 또는 주경야독의 바쁜 나날 속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김 씨는 어느덧 졸업학기를 맞게 되어, 올해 상반기에 모집한 제105기 해군 사관후보생 선발을 지원하게 되었다. 이에 김 씨는 1년 여 넘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가능한 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를 하였다. 특히, 체중 조절이 시급했던 그는 넘치는 '식욕'과 '酒욕'에도 불구하고 약 3개월 가량 '제대로 못 먹고, 제대로 못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씨는 "건강관리가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며 "그래도 3개월 동안 못 먹고 못 마신 것, 이번 1주일 동안 만 한을 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잃어버린 6개월
'빛나는 졸업장', 이제는 빼도박도 못한다!
한편, 9월 1일로 예정된 입영일이 이번 탈락으로 늦춰짐에 따라 그동안의 스케쥴을 비워둔 김 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오는 11월부터 원서 접수를 받을 예정인 제106기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할 경우, 내년 3월 2일 쯤 입영할 것으로 전망되는 터라 약 6개월 가량의 시간을 하릴없이 흘려보내야 하게 된 것이다.
오는 26일 졸업을 앞둔 김 씨로서는,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하지만 6개월 정도밖에 근무할 수 있는 점은 기업으로서나 구직자로서나 서로 부담스러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력을 살려 문화산업 관련 분야에 입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 당장 다음달부터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들은 대부분 이미 채용이 완료된 상태다.
이에 김 씨는 "이럴 줄 알고 대학원 입시를 한 때 준비하였으나 관두었고, 최근 S사의 프리랜서 자리도 이번 해군 사관후보생 지원으로 고사한 상태"라며, "그동안 용돈도 스스로 벌어썼는데, (이제 그러지 못해) 개인적으로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잃어버린 1년
멀고도 험한 길...
또한 김 씨의 입영이 취소되면서 그의 전역일정 또한 불투명해져 향후 김 씨의 진로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김 씨가 예정대로 다음달 1일 입영을 했다면, 그의 전역일은 2011년 10월 말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탈락으로 인해 김 씨가 제106기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한다면, 늦어진 입영일 만큼 전역일도 늦어져, 2012년 4월 말에 전역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김 씨는 2011년 10월 말 전역과 함께, 2011년 12월 중순에서 이듬해 1월 사이에 입사하는 지상파 방송사 M사와 K사의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M사와 K사는 매년 하반기에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하므로 2011년을 넘겨 전역을 하게 된 김 씨는 2012년 하반기에 모집하는 '2013 신입사원'으로 지원해야 하는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김 씨의 본격적인 사회진출은 1년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김 씨는 "카투사를 지원하여 복무기간을 줄여 볼 생각도 있다"면서, "하지만 사병 월급이 시급 100원인 것은 너무한거 아니냐"고 격분했다.
김 씨는 이번주 동안 수도승처럼 지내온 '잃어버린 3개월'을 자체적으로 보상한 뒤, 다음주부터 불같은 운동과 학습에 돌입할 예정이다.
